[이종구의 디지털복지④]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일상이다

사설/칼럼/기고 / 박기영 기자 / 2026-11-02 09: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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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위한 디지털 전환, 배제의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 이종구 디지털콘텐츠그룹·SNS소통연구소 대표

기계 앞에서 멈추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루다 점심시간, 식당 입구. 한 어르신이 키오스크 화면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뒤에는 줄이 길어지고 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머뭇거리다 멈춘다.

결국 말없이 돌아선다. 식사를 하지 못한 채로. 이 장면을 처음 본 사람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다 보면 다른 질문이 생긴다.

왜 이 사람은 혼자 남겨졌을까. 이 공간은 왜 그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키오스크 앞에서 멈추는 것은 기계를 못 쓰는 장면이 아니다. 사회가 한 사람의 일상을 멈추게 만드는 장면이다.

키오스크는 시작일 뿐이다 키오스크는 이제 식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패스트푸드점, 카페, 편의점, 병원 접수대, 공공기관 민원실, 영화관, 고속버스터미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화면이 들어서고 있다. 이 변화는 효율을 위한 선택이었다.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인건비를 낮추고, 주문 오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실제로 편리하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배제되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응답자의 약 35%가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상당수는 주문이나 구매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 포기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그것은 서비스에서의 배제다. 배제는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키오스크에서 멈추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멈춘다. 병원에서.

▲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그린 이미지입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에 진료를 받기 어려운 병원이 늘고 있다.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화 예약을 시도하지만, 전화 연결이 쉽지 않거나 대기 시간이 길다. 결국 진료를 미루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생긴다. 은행에서.

창구 수가 줄고 모바일 뱅킹이 주류가 되면서, 직접 방문해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 간단한 이체 하나를 위해 번호표를 뽑고 한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바일로 30초 만에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디지털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행정에서.

정부24, 복지로 등 공공 포털은 집에서 민원을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지원 사업이 온라인 신청만 가능한 경우가 있어,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하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보에서.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재고 정보, 백신 예약, 재난지원금 신청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보를 늦게 얻거나 아예 얻지 못했다. 정보의 격차는 곧 기회의 격차였다. 이 장벽들은 각각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다른 장벽도 높아진다. 배제는 겹쳐지고 쌓인다. 효율의 이면에 있는 책임 디지털 전환은 필요한 변화다. 이것을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변화가 누군가를 배제하는 결과를 만든다면, 그 변화를 설계한 주체는 그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기업은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대안을 함께 마련했는가. 병원은 앱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전화 예약 채널을 유지했는가. 공공기관은 온라인 신청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접근 경로를 보장했는가.

대부분의 경우, 대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효율의 이익은 전체가 누렸지만, 배제의 비용은 취약한 사람들이 조용히 감당했다. 디지털복지가 필요한 이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디지털 전환을 늦추는 것.

▲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그린 이미지입니다.

하나는 누구나 따라올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준비하는 것. 현실적인 해답은 후자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고,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키오스크는 더 늘어날 것이고, 모바일 서비스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안에서 아무도 뒤처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디지털복지의 역할이다. 디지털복지는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사람 옆에 서는 것이다. 혼자 해낼 수 있도록 돕고, 다음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필요 없어도 되도록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정책의 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공공기관과 주요 민간 시설의 키오스크에는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준(글자 크기, 화면 높이, 직원 호출 버튼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 웹 접근성 기준이 있듯이, 기기 접근성 기준도 법제화가 필요하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서비스를 디지털화할 때는 반드시 오프라인 대안을 함께 유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키오스크가 있는 공공시설, 병원, 주요 관공서에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지원 인력을 상시 배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 만큼, 그로 인해 소외된 사람을 돕는 사람도 제도 안에 있어야 한다.

 

 

■ 이종구의 디지털복지 연재

① 왜 지금 ‘디지털복지’인가
② 디지털은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③ 디지털 소외,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④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일상이다
⑤ 기기를 줬는데 왜 삶은 달라지지 않았나
⑥ 복지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다
⑦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빈곤을 만든다
⑧ 초고령사회, 디지털복지는 국가 과제다
⑨ 스마트폰 하나가 삶의 주도권을 바꾼다
⑩ AI 시대, 복지도 디지털을 전제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⑪ 디지털복지는 교육사업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다
⑫ 디지털복지,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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