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이오벤처 200곳 5년 집중 육성…1500억 원 금융·판로 관건

특집/기획 / 박기영 기자 / 2026-10-31 17: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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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복지부 매년 50곳 선정해 임상·투자·해외진출 연계, 혁신제품 지정으로 공공 판로 확보도
▲ 사진제공=조달청

바이오 벤처 창업이 3년 새 절반 아래로 줄어든 가운데 정부가 유망 제약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을 직접 골라 최대 5년간 키우는 육성 체계를 내놨다. 투자 한파를 버티고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에는 자금과 임상, 판로 문제를 한꺼번에 풀 기회가 열린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소영)와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지난 29일 충남 천안 종근당 공장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6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K-제약바이오 프론티어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임상, 사업화·투자, 글로벌 진출까지 기업 성장의 전 과정을 두 부처가 함께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꺼낸 배경에는 시장과 생태계의 엇갈린 흐름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2020년 23조 2000억 원에서 2024년 31조 7000억 원으로 커졌다.

반면 바이오 벤처 창업은 2020년 581개에서 2023년 288개로 줄었다. 신약개발에는 오랜 기간 큰 자금이 필요하지만 초기 바이오기업의 투자 여건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대책의 중심은 프론티어기업 지정이다. 정부는 매년 50개사를 프론티어기업으로 선정해 2030년까지 모두 200개사를 육성한다.

분야별로는 신약개발 20개사, 의료기기·디지털헬스 20개사, 바이오소재·생산기술 10개사다. 두 부처가 공동운영위원회를 꾸려 유망기업을 함께 발굴하고 선정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성장디렉터가 1대1로 붙어 심층 컨설팅과 함께 기업별 성장전략과 마일스톤을 설계한다. 1단계 2년 동안은 기술개발(R&D)과 임상, 사업화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이후 성과평가를 거쳐 우수기업에는 투자와 글로벌 진출을 3년간 추가로 지원한다.

자금 구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R&D 전담은행이 3년간 600억 원을 직접 투자하고, 기술보증기금 출연을 통해 900억 원 규모의 사업화 보증을 지원한다. 3년간 15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투입해 바이오기업의 자금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2년 뒤 성과평가가 다음 3년 지원을 가르는 구조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성장디렉터와 함께 세우는 마일스톤을 얼마나 달성하느냐가 추가 투자와 해외 진출 지원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분야별 선정 규모가 정해져 있는 만큼 자사 기술이 어느 분야에 해당하는지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기술과 규제 대응도 함께 묶였다. 정부는 AI 신약개발 모델의 검증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모델 학습에 필요한 공공 의료·바이오데이터 개방을 넓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시험 감축 등 규제 변화에 맞춰 오가노이드, 장기칩 같은 동물대체시험 기술과 의료 AI 고도화를 위한 신규 R&D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후보물질 단계부터 임상과 인허가, 품질공정(CMC)을 잇는 맞춤형 통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두 부처 공동협의체는 현장의 규제와 애로를 상시 발굴해 관계기관 협의와 제도 개선까지 연결한다. 병원 연구자의 창업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이전조직을 활용해 병원·대학의 연구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넓힌다.

투자와 인프라, 해외 진출 지원도 이어진다. 글로벌 제약사·대기업의 기술 수요와 유망 스타트업을 짝지어 기술검증과 공동 R&D, 투자로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을 강화한다.

지역성장펀드를 활용한 성장단계별 투자를 늘리고 K-바이오랩허브 등 지역 인프라를 연계한다. 해외 제약사 수요에 맞춘 국제공동 R&D를 새로 만들고, 중기부의 시카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와 복지부의 텍사스 메디컬센터 등 해외 거점을 묶어 현지 협력과 투자유치를 돕는다.

현장의 요구는 같은 날 열린 다른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뤼튼테크놀로지스에서 AI 스타트업 유니콘 성장 전략 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AI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술실증과 정부·공공기관 구매 연계 확대, 국내외 투자자와의 투자유치 연결 강화 등을 요구했다. 바이오와 AI 모두 기술실증과 공공 구매, 후속 투자 연결이 스타트업 성장의 공통 과제로 보인다.

공공 판로를 여는 통로로는 혁신조달이 있다. 조달청(청장 백승보)은 지난 29일 대전정부청사에서 2026년 제4차 혁신제품 지정서 수여식을 열고 87개 제품을 혁신제품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의료 분야에서는 조영제를 최대 50% 줄이면서도 진단 정확도를 유지하는 클라리파이의 AI 기반 CT영상 조영증강 솔루션, 척추측만증 각도를 자동으로 재는 신라시스템의 AI 솔루션, 뇌 MRI 영상으로 뇌 위축과 뇌 연령을 분석하는 뷰브레인헬스케어의 BBM이 이름을 올렸다.

혁신제품 지정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조달청이 연간 지정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린 결과 올해 지정 제품은 227개로 전년 같은 기간 128개보다 77.3% 늘었다.

지정에 걸리는 기간도 4.5개월에서 3.5개월로 줄었다. 조달청은 AI 특화 평가트랙을 본격 시행할 방침이어서 의료기기·디지털헬스 기업에는 공공시장이 초기 매출을 만드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공공시장도 열리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0일 몽골 보건부와 8년 만에 제7차 한-몽 보건의료협의체를 열고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몽골 공공조달 시장 진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 몽골의 의약품 수입 3위 국가로 비중이 12.3%에 이른다. 정부는 몽골 보건부가 추진하는 단일 공급방식 의약품 공공조달 입찰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대책이 개별사업 중심 지원에서 벗어난 협업형 모델인 만큼 두 부처의 공동 선정과 성과평가가 얼마나 일관되게 운영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연간 50개사라는 선정 규모를 고려하면 지정을 받지 못한 기업을 위한 후속 투자와 판로 연계도 함께 살펴야 할 대목이다.

이소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좋은 기술을 가진 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이 자금과 임상, 사업화의 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최대 5년간 성장의 전 과정을 이어서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임상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도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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