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디지털 전환과 AI의 확산은 우리 삶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앞서갈수록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 있다. 키오스크 주문부터 모바일 금융, 병원 예약, 공공서비스 신청까지 디지털이 생활의 기본 조건이 된 지금,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의 차이를 넘어 복지·경제·의료·사회참여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더스타트는 이종구 디지털콘텐츠그룹 대표의 「이종구의 디지털복지」를 12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칼럼은 ‘디지털을 잘 쓰는 법’이 아니라 ‘누구나 디지털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소외의 구조적 원인과 디지털 리터러시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짚고,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의 디지털 취약 문제, 기업과 공공기관의 역할, AI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복지 인프라와 정책 방향을 차례로 살펴본다.
[이종구의 디지털복지①] 왜 지금 ‘디지털복지’인가
디지털 소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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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구 디지털콘텐츠그룹·SNS소통연구소 대표 |
디지털 소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키오스크 앞에서 뒷사람 눈치를 보다 결국 "그냥 나가자"며 돌아서는 어르신을 본 적 있는가.
이것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었고, 그 변화를 따라올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9.9%에 불과하다.
열 명 중 세 명은 디지털 기술을 쓰지 못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예약·결제·신청·소통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그 스마트폰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삶의 반경이 줄어드는 일이다. 디지털이 일상이 된 사회, 모두에게 같은 속도는 아니다 병원 예약은 앱으로 하고, 은행 업무는 모바일로 처리하며,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로 주문한다. 대중교통 이용, 공공서비스 신청, 정보 검색까지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을 전제로 돌아간다.
문제는 이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속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다. 그 벽의 이름이 '디지털 소외'다. 현장에서 만난 한 70대 어르신은 병원 예약 앱을 사용하지 못해 진료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또 다른 분은 계좌이체를 할 줄 몰라 매번 자녀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소상공인은 온라인 주문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공공지원 사업 신청 기회를 아예 놓쳤다. 이런 이야기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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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그린 이미지입니다. |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공공서비스·금융·의료·교통·교육 등 사회 전 영역이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두 가지 변화가 맞부딪히는 지금,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점점 더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을 못 쓰면 복지 정보도 얻기 어렵고, 신청도 어렵고, 이용도 어렵다.
결국 복지 자체의 효과가 줄어든다. 이 문제를 '개인의 적응 속도 문제'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었고, 제도와 지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새로운 배제다.
디지털복지란 무엇인가 디지털복지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이 건강을 관리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와 연결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사회적 기반이다.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으면 병원 예약을 혼자 할 수 있다. 금융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가족과 소통할 수 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디지털을 사용할 수 없으면 그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디지털복지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생활 자립의 문제이며, 삶의 질의 문제이며, 사회참여의 문제다. 지금까지의 복지는 주로 생계·돌봄·의료 지원 중심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디지털 기반으로 바뀐 지금,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어야 그 모든 복지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복지는 이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생활이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중심에 디지털복지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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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그린 이미지입니다. |
에스토니아는 결혼·이혼·부동산 거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행정 서비스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도, 동시에 '국민 누구나 데이터 주권을 가진다'는 원칙을 법으로 명시했다. 기술 도입과 사회적 권리 보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공공·금융·의료 서비스를 디지털화할 때 반드시 '오프라인 대안 유지 의무'와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 계획'을 함께 수립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영국은 복지 급여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도서관·커뮤니티 센터에 '디지털 지원 요원'을 배치해 1:1 신청을 돕는 하이브리드 접근을 택했다.
디지털 전환과 대면 지원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병행 관계여야 한다. 일회성 강사 파견이 아닌, 지역사회에 상주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전문 인력 제도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싱가포르는 'IDEAL' 전략 아래 사회서비스 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단계별로 지원하며, 담당 인력의 역할과 역량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도 지역 밀착형 디지털복지 전문 인력 체계를 정비할 때다.
■ 이종구의 디지털복지 연재
① 왜 지금 ‘디지털복지’인가
② 디지털은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③ 디지털 소외,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④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일상이다
⑤ 기기를 줬는데 왜 삶은 달라지지 않았나
⑥ 복지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다
⑦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빈곤을 만든다
⑧ 초고령사회, 디지털복지는 국가 과제다
⑨ 스마트폰 하나가 삶의 주도권을 바꾼다
⑩ AI 시대, 복지도 디지털을 전제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⑪ 디지털복지는 교육사업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다
⑫ 디지털복지,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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