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크로스보더 창업, 국경 넘었지만 제도는 국내에 갇혀

특집/기획 / 박영복 기자 / 2026-11-03 18: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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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미션·한국엔젤투자협회·한국벤처투자법학회, ‘크로스보더 창업의 기준’ 정책포럼 공동 개최
창업 생태계 혁신 시급, 해외 법인 전환·팁스 지원기준·외국환 규제 등 현장 애로 집중 논의
“기업 국적보다 국내 경제 기여도 중요”…투자·고용·기술의 글로벌 선순환 체계 촉구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 자본 유치가 기업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창업지원과 투자 관련 제도는 여전히 국내 법인 중심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창업이 확대되는 만큼 기업의 국적이나 소재지가 아닌 국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기여도를 중심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법무법인 미션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벤처투자법학회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팁스타운 S1 팁스홀에서 ‘크로스보더 창업의 기준’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국경을 넘는 창업, 지금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를 화두로 해외 법인 설립과 국내 사업기반 유지, 글로벌 투자유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창업기업의 현실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와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주제발표, 전문가 패널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김성훈 대표가 좌장을 맡고 권욱진 사제파트너스 이사, 오재학 카이뮨 대표, 이홍구 SBVA 변호사가 참여했다.

▲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투자·지원 현장의 혼선, “창업기업이 예측할 수 있는 제도 필요”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투자·지원 현장에서 체감하는 개념 혼선과 실무적 어려움’을 주제로 크로스보더 창업기업이 직면한 제도적 불확실성을 짚었다.

이 회장은 해외 법인 설립과 글로벌 투자유치가 확대되고 있지만, 지원 현장에서는 기업의 소재지와 지분구조, 사업 수행 장소 등에 따라 지원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서 창업해 해외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기업 등 다양한 형태를 기존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관과 사업별로 상이한 기준이 창업자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기업의 법적 형태보다 국내 창업생태계와의 실질적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창업기업이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통합 상담 창구와 기관 간 조정체계를 마련하고, 지원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국경 넘는 창업 확산, 기업의 국적보다 경제적 연결성이 핵심

이어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는 ‘크로스보더 창업의 유형과 제도·법률의 공백’을 주제로 글로벌 창업환경의 변화와 국내 제도의 한계를 진단했다.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이 더 이상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반적인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창업지원과 투자 관련 제도는 기업의 법인 소재지와 지분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해외 진출기업의 실제 사업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법인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하는 플립(Flip) 과정에서는 세금과 외국환 신고, 기존 투자자의 동의, 정책금융기관의 승인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구조 전환이 오히려 행정적·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한 기업이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고 해서 국내 창업생태계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확보한 자본과 시장, 기술이 국내 연구개발과 인력 채용, 산업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을 바라보는 정책적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다.

▲ 패널토론
팁스 지원기준 제각각, “창업자가 예측할 수 있어야”

패널토론에서는 정부 창업지원사업의 자격기준과 적용 방식이 글로벌 창업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됐다.

미국 본사와 한국 자회사를 운영하는 오재학 카이뮨 대표는 국내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 기반을 활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의 경험을 소개했다.

▲ 오재학 카이뮨 대표
오 대표는 초기 팁스(TIPS) 프로그램에서는 지원이 가능했지만 이후 스케일업 팁스에서는 기업구조가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팁스에서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 지원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는 지원사업별 기준이 다르고 연도에 따라 자격요건이 달라질 수 있어 창업기업이 사전에 지원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특히 한국 자회사를 통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국내 인력을 채용하며 기술과 지식재산을 축적하는 기업이라면 해외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창업지원의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연구인력과 미국의 글로벌 시장환경을 결합하는 방식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기술과 사업모델을 검증하는 구조가 양국 창업생태계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권욱진 사제파트너스 이사
투자 현장도 변화 요구, 국적·지분율만으로 기업 판단 어려워

벤처투자 현장에서도 크로스보더 기업을 구분하는 기존 기준의 한계가 드러났다.

권욱진 사제파트너스 이사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창업자가 해외에서 설립한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창업자가 한국의 자본과 기술, 제조 기반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크로스보더 창업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자의 국적과 지분율만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율은 계속 변하고 공동창업자의 국적도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설립된 기업이 한국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고 국내 대기업을 고객이나 제조 협력사로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기업을 단순히 외국 법인이라는 이유로 국내 창업생태계와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권 이사는 해외 투자자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투자기구의 설립 국가에 따라 규제나 투자조건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을 확대하려면 투자구조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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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SBVA 변호사는 벤처투자 관련 제도가 변화하면서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와 행정절차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환 관련 업무는 법령상 요건뿐 아니라 실제 신고·심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료와 처리기간 등이 기업과 투자기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기관이 해외 기업에 투자하고 해외 투자자가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과정 모두를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립 세제·외국환 절차·창업비자 개선, 제도 정비 과제 부상
포럼에서는 크로스보더 창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과제도 논의됐다.

우선 해외 법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창업자와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과세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글로벌 투자유치를 위한 지배구조 변경이 기업의 성장 자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벤처캐피털의 해외 투자 제약을 완화하는 동시에 외국환 신고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책금융기관이 투자한 기업의 해외 법인 전환에 적용할 일관된 동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해외창업기업의 국내 창업지원사업 참여기준을 정비하고 팁스 등 지원제도와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해외 인재의 국내 유입과 국내 창업자의 해외 진출을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창업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 간 인력과 자본의 이동을 보다 유연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단순히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성장한 기업의 기술과 투자 성과가 다시 국내 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창업자의 도전이 제도 앞서가,국가 간 연결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참석자들은 크로스보더 창업을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 한국의 연구인력과 제조 기반을 활용하고 국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자체가 국내 창업생태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훈 대표는 한국의 창업생태계가 국경과 국적의 경계를 넘어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인 창업자뿐 아니라 한국과 연결된 해외 인재와 기업까지 포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종훈 회장은 무엇보다 창업자의 도전과 성장에 제도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창업기업이 불필요한 제도적 불확실성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포럼은 크로스보더 창업의 기준을 단순한 법인 국적이나 소재지가 아닌 자본·인재·기술·고용의 실질적 연결성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국경을 넘는 창업이 특별한 사례가 아닌 일반적인 성장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국내 창업정책 역시 기업의 글로벌 활동을 전제로 한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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